* KBS1 라디오 <경제투데이>의 '궁금한 IT 트렌드' 코너에 출현한 내용입니다.
* 본 내용은 2016년 9월 19일 방송분입니다.
정부가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한 결정을 11월로 연기한 상태인데요. 추석 연휴 이후 구글 관계자와 정부 측 만남 등 주요 이슈가 대기하면서 또 한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지도시장의 경쟁과 트렌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원석현 아나운서
구글이 국내 정밀지도를 계속 요구하고 있는데요. 해외지도를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습니까?
김덕진 부소장
일단 정확히 요구하는 핵심 내용을 알아야 함. “정밀지도” 라고 불리우는데 구글이 갖고 나가고자 하는 지도 데이터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지도’라는 낱말을 들으면, 그림이나 위성 사진으로 이루어진 영상정보를 떠올리기 쉬운데, 구글이 원하는 것은 영상정보가 아닙니다. 지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각종 수치 데이터가 구글이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지도 데이터에는 ‘관심점(POI)’이라고 불리우는 요소가 있습니다. 도로 이름이나 건물 이름, 지역의 명칭, 주소 등 지도를 구성하는 세밀한 데이터가 포함돼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의 원리는 마치 수학에서 한 끝점과 다른 끝 점을 잇는 최단구간을 구하는 것과 같은데,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수학 문제입니다.
점은 노드, 도로는 링크로 구분되고, 노드와 링크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지도 데이터입니다. 그동안 구글은 위성사진만 갖고 대한민국에서 구글지도를 서비스 했는데요. 내부를 구성하는 지도 데이터(점, 선)가 없으니 내비게이션 등 부가 기능을 국내에 적용할 수 없었습니다.
구글 지도의 이 같은 맹점은 서비스의 한계와 직결됩니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에서 구글 지도 앱을 열어 아무 목적지를 검색해보면, 도보나 운전자 경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공공정보로 오픈돼 있는 대중교통(버스) 노선 정보만 뜬다는거죠. 예를 들어,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시청역에서 명동성당을 찾아가기 위해 구글 지도를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각종 건물과 골목을 직선으로 뚫는 경로안내와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데이터가 있으면 가능한 부분이 바로 “API를 활용한 비즈니스”입니다. API 라고 하면 일종의 통신규약인데 구글 자체 서비스외에도 지도가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에 구글의 지도 정보를 주어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숙박이나 맛집 정보 등을 제공하는 앱에서 지도위에 그 내용을 표시해주는데 이런것들을 하기위해서는 지도 정보가 있는 곳이 필요하고요. 이러한 비즈니스를 글로벌적으로 하고 있고 전세계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앱들이 이 구글 API를 활용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이 구글 API 는 어느정도까지는 무료지만 실제 비즈니스가 이루어질 정도라면 돈을 내고 써야하는 유료이고 시장이 큽니다.
한국은 법적인 문제로 인해 지도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수가 없는데, 구글 지도는 국외에서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한국 지역은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레닛의 데이터를 받아 서비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상도가 낮고 업데이트도 거의 되지 않으며 길찾기 등의 부가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석현 아나운서
그런데 구글뿐 아니라, 애플이나 우버 등 글로벌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지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구요?
김덕진 부소장
구글, 애플 및 우버 또 독일차 빅3 연합(BMW, 아우디, 벤츠) 등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지도 서비스 시장에 우버도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도는 차량 공유 서비스 뿐만 아니라 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애플은 구글 지도를 따라잡기 위해 지도 관련 서비스 개발 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애플은 지난해 5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관련 신생기업인 '코히어런트 내비게이션'을 인수했습니다. 2013년 7월에는 대중교통정보 앱 개발사인 홉스톱을 인수한데 이어 8월에는 대중교통 앱 엠바크와 12월에는 지도제작업체인 브로드맵을 매수했고요. 최근에는 중국 최대의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했습니다.
애플이 지도와 관련한 기업들을 인수하고 투자하는 이유는 전기차사업과 스마트카 운영체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석입니다. 아이폰과 인공지능 서비스인 시리를 지능형 내비게이션 '카플레이'에 연동해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우버는 자체 지도 제작에 5억달러 투입하였고, 美·멕시코서 제작용 차량 확보, 구글 맵스 운영했던 전문가를 영입하였습니다. 이 지도는 서비스의 정확성 높일 수 있고 자율주행차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버는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제까지는 자체 지도가 아니라 구글의 지도 서비스인 구글 맵스를 주로 활용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구글 맵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율주행차 사업의 기반을 닦기 위해 자체 지도 제작에 나섰습니다다. 지난해에는 지도서비스 신생업체인 디카르타를 인수했습니다.
또, BMW, 벤츠, 아우디는 지난해 독일의 내비게이션 회사 '히어'를 28억유로(3조50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구글과 애플에 밀리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원석현 아나운서
국내 지도시장, 업체들은 어떤 상황입니까?
김덕진 부소장
공간정보 산업 차원에서 접근해야합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국내 공간정보 산업은 4520개 사업체, 5만1478명의 종사자, 7조1273억 원의 매출을 기록 중입니다. 공간정보 산업이란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게임이나 상거래, 광고 등을 제공하는 산업으로, 사물인터넷(IoT), 드론,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카카오(김기사), 네이버, SK텔레콤, 맵퍼스 등 국내 기업들이 지도 서비스 구축 및 운영을 위해 해마다 최소 수십억에서 많게는 백 억대 이상의 투자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최근 지도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국내 포털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지도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네이버는 '네이버 지도'에 콜택시,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탑재했고요. 또 쉐어링카 업체인 그린카와 제휴하고 커넥티드카와 지도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역시 지도 기반의 교통과 O2O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택시'(콜택시)와 '카카오내비'(길 안내), '카카오 버스'(버스 정보), '카카오 드라이버'(대리운전), '카카오 지하철'(지하철 정보) 등 교통서비스를 지도와 결합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입니다.
네이버나 카카오다음은 한국에서검색이나 메일, 카페, 인터넷광고, 지도서비스 등 인터넷 포털로서는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가진 업체입니다. 한국에서는 구글은 포털이나 지도에서는 마이너한 업체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한국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인기없는 구글 지도보다는 친숙한 네이버등이 포털서비스등과 잘 연동되는 네이버 맵 등을 선호할 것입니다. 즉, 포털로서의 압도적 점유율이 지도서비스에도 전이되고 있습니다.
원석현 아나운서
앞으로 지도 서비스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혜택과 영향을 미칠까요?
김덕진 부소장
일단 경쟁이 있을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혜택이 올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도 자체만을 두고 보면 큰 변화없을지도 모르지만 다양한 해외 앱을 국내에서 제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발자 (앱서비스) 입장에서는 선택지 넓어진다는 점이 있지요.
사실상 그동안 지도반출을 막는 관련법이 구글지도가 한국에서 제대로된 서비스를 하는 것을 막아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양대 국내대형포털이 국내에서 지도서비스를 독점을 굳게 유지하게하는 바람막이나 온실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구글은 좋은 지도서비스 기술과 인프라를 가지고도 한국 지도 반출을 제한하는 국내법 때문에 한국에서는 제대로된 지도서비스를 하지못하는 차별을 받는 피해를 당해왔는데요. 이로 인해 이들 국내포털의 지도서비스는 편안한 국내독점에 안주해서 다양하고 정교한 고급 지도서비스의 개발에 소홀히 해서 시대에 뒤떨어졌습니다. 영어 등 기본적인 외국어 서비스도 되지않는 등 국제적으로는 전혀 시장경쟁력이 없는 오직 국내전용의 갈라파고스 지도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도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중소기업들은 억지로 기능이 떨어지는 네이버 지도 등을 이용하고 국내 지도이용자들은 뒤떨어진 지도서비스에 만족해야하는 손해와 피해를 당해야했습니다.
하지만 구글 외에 SK텔레콤 T맵이 최근 개방화 정책을 통해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개방했다는 점, 네이버가 7월 5일 지도 API 제공은 물론 외국어 지도서비스를 내년 1분기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점, 구글 API는 유료로 제공되며 국내 스타트업 중 일부가 가격 인하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석현 아나운서
과연 우리에게는 구글 지도 반출이 득이 될까요, 실이 될까요?
김덕진 부소장
구글의 지도 서비스는 사실상 글로벌 표준입니다. 글로벌 표준 서비스를 한국에서만 이용하지 못하게 될 때 우리 손해는 없을까요?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당연히 스마트폰을 열고 구글 지도 앱을 실행시키는 해외 관광객의 불편은 그냥 무시한다 치고, 지도 기반으로 융합 서비스를 만드는 국내 기업들의 이중투자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넘어가죠.
하지만 국내 IT 산업이 갈라파고스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는 쉽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지도는 수많은 혁신 서비스의 기반이 됩니다. 에어비앤비, 우버 등 근래에 가장 혁신적이라고 칭송받는 서비스들은 모두 지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도는 혁신 서비스의 발판입니다.
물론 우리에게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훌륭한 지도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구글 지도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의 표준적인 서비스가 국내에 제공되지 않을 때 한국의 인터넷은 갈라파고스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표준 지도에 기반한 해외의 혁신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올 때 장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출 허가가 거부된다 하더라도 구글이 마음만 먹으면 외국 지도제작업체가 만든 한국 지도데이터를 구입하여 서비스하면 구글은 국립지리원이 제작한 지도데이터를 반출/사용하지 않고도 상세한 한국지도를 서비스할 수있기 때문에 거부조치 자체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관련법은 국립지리원의 측량성과 사용에 대해서만 제한을 두고 있을 뿐이지 공개된 자료인 한국 지도정보 서비스 자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한국지도 서비스 강화를 서두르는 구글로서는 한국정부의 거부 결과를 충분히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반출신청을 한 것은 외국업체가 공급한 한국지도 데이터로 상세한 한국지도 서비스를 시작하기위한 확실한 명분을 쌓기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의 허가여부와 상관없이 머지않아 외국과 동등한 정도로 상세한 구글지도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이 허용될 경우 사용자들은 해외 업체의 다양한 지도 기반 서비스를 쓸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입니다. 즉, 안드로이드 오토, 길찾기, Ingress, 포켓몬 고, 구글 어스, 독도, 동해 등의 문제점이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